아욱과(Malvaceae) 식물입니다. ● 서울지방에서는 어숭어, 평안도에서는 둑두화 또는 떡두화라 부르기도 합니다. 북한에서는 접중화라고도 하며, 영어 이름은 holly hock입니다. 한의학에서는 꽃을 촉규화(蜀葵花), 그 중에서도 흰 꽃은 백규화(白葵花), 붉은 꽃은 적규화(赤葵花)라고 부르며, 뿌리는 촉규근(蜀葵根), 씨앗은 촉규자(蜀葵子)라고 부릅니다. ● 흔히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는 중국 원산의 두해살이풀입니다. 사람 키보다 조금 크게 자라며, 줄기가 위로 곧게 솟고, 털이 나 있습니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 모양입니다. 초여름이 되면 붉은색, 분홍색, 흰색의 커다란 꽃이 피며 아래쪽에 있는 꽃이 먼저 피어 점점 위쪽의 꽃도 피어 나갑니다. 꽃에 점액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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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은 다섯 장이고 기왓장처럼 겹쳐 있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갈 무렵 접시 모양의 열매가 맺힙니다. ● 접시꽃은 6월 23일의 탄생화이기도 하며, 꽃말은 '열렬한 연애'입니다. ● 접시꽃은 특히 도종환 시인의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해졌습니다.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아기를 가졌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내는 암 선고를 받습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아기를 포기해야 하지만, 아내는 끝내 새생명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나고, 아내는 고통 가운데 죽어갑니다. 매일 아내의 무덤을 찾으며 써내려간 시. 그런 시를 모아 낸 책이 바로 <접시꽃 당신>입니다. △ |
접시꽃 당신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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